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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값 11조' 카카오엔터 매각설, 이유와 향방은?

by issuetoday 2025. 4. 10.

 

국내 종합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 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가 결국 매각 수순에 돌입했다는 소식에 업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기업가치가 약 11조 원에 달하는 이 거대 기업이 IPO를 포기하고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한 배경과 향후 어떤 방식으로 매각 절차가 진행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카오는 최근 공식 입장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와 카카오엔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이미 카카오엔터 주요 투자자인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PE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 싱가포르 투자청(GIC) 등에 경영권 매각 의사를 담은 공식적인 서한을 보냈다. 사실상 카카오엔터의 매각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카카오엔터는 본래 2019년부터 기업공개(IPO)를 준비했다. 그러나 소위 '쪼개기 상장'이라는 비판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국내 증시의 장기 침체로 인해 IPO가 번번이 좌절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이후 그룹 경영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일부 경영진이 법정 구속되는 등 법적·도덕적 문제까지 겹치면서 회사 이미지가 큰 타격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막대한 법률 비용과 기업 평판 저하라는 부담이 가중되자 카카오 측은 IPO로 인한 자금조달을 사실상 포기하고 매각으로 출구전략을 전환한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몇 년간 카카오엔터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급격히 몸집을 키웠다. 특히 2022년 약 1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여 북미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시와 타파스를 인수했고, 유명 연예인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아이브, 장원영 등 소속), 이담엔터테인먼트(아이유 소속), BH엔터테인먼트(이병헌 소속) 등 유력 매니지먼트 회사들을 잇달아 흡수했다. 또한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통해 글로벌 K-팝 시장의 영향력을 크게 높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한때 기업가치가 20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같은 공격적 확장이 역효과로 이어졌다. 인수한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만큼 따라주지 못하면서 카카오엔터는 최근 3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약 1조8128억 원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했다. 특히 M&A로 인한 인수합병 기업들의 통합 비용,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의 실패 등이 겹쳐 그룹 전체의 재무 상태가 악화되었다. 이에 따라 카카오 그룹 본사 역시 더 이상의 재무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고, 새로운 성장 동력인 인공지능(AI) 분야와 같은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기 위해 카카오엔터 매각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매각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는 복잡한 지분 구조와 투자자 간 이해관계다. 카카오엔터의 최대주주는 카카오로 지분 66.03%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홍콩계 앵커PE가 약 12%, 사우디 국부펀드 PIF와 싱가포르투자청 GIC가 각각 5.1%, 중국 텐센트가 약 4.6%를 보유하며,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지닌 투자자들이 얽혀 있다. 특히 초기 투자자 앵커PE는 장기 투자에 따른 자금 회수가 급선무인 반면, 비교적 최근 투자를 단행한 PIF와 GIC는 원하는 수익률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매각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모든 투자자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단일 통매각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며, 지분 분할 매각이나 단계적 매각도 예상된다.

 

현재 카카오엔터의 인수 후보로는 엔씨소프트, 크래프톤 등 국내 대형 게임사들과 하이브 같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글로벌 사모펀드 역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카카오 내부에서는 사모펀드에 대한 매각 시도가 강한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 공동체 노동조합(크루유니언)은 이미 "사모펀드 매각은 국민이 카카오에 기대하는 경영 혁신과 정반대 방향"이라며 강경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카카오엔터 매각이 최종적으로 성사될 경우, 이는 단순히 하나의 기업 매각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카카오엔터가 국내 콘텐츠와 연예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과 규모를 고려할 때, 이번 매각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걸쳐 큰 변화와 재편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국내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유지 여부와 관련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카카오엔터의 이번 매각 논의는 단순한 기업 거래가 아니라, 한국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산업 전체의 미래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