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으로서는 헌정 사상 최초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약 5시간에 걸쳐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지난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대통령이 직접 법정에 출석해 구속 사유를 다투는 극히 이례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심사를 마친 윤 대통령은 다시 서울구치소로 돌아가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구속 여부 결정은 이르면 18일 밤 늦게나 19일 새벽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12·3 비상계엄’의 위법성 공방…주요 쟁점은?
가장 큰 쟁점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이 ‘내란 행위’에 해당하느냐 하는 점이다. 공수처 측은 윤 대통령이 무장 병력을 국회에 투입해 계엄 해제 의결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일부 정치·관계 인사를 체포·구금하려 했다는 점에서 내란 혐의가 성립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군 사령관 등 이미 구속기소된 인사들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총을 쏴서라도 들어가 체포하라” 등 강경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내세운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이 대통령에게 헌법상 부여된 권한이며, 국가비상사태에서 질서 유지 목적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반박한다. 야당의 잇따른 국무위원 탄핵 시도에 따른 국정 공백 상태가 심각해, 계엄령 선포 요건이 이미 충족됐다는 설명이다. 국회 봉쇄 의도 역시 부인하면서 “실제 계엄이 곧바로 해제됐고, 절차상 국회에 대한 강제력 행사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공수처가 제기한 ‘재범 우려’ 또한 뜨거운 쟁점이다. 공수처 측은 윤 대통령이 확고한 신념에 기초해 다시 계엄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며, “재범 위험성이 크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국회를 곧바로 철수시켰는데 2차·3차 계엄이란 주장은 말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수사권·관할 다툼도…“공수처가 내란죄 수사 권한 있나”
영장심사 과정에서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이 있는지가 또 다른 논점으로 떠올랐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직무 범위가 ‘고위공직자의 특정 범죄’로 한정된다고 주장하며, 내란 혐의는 애초 공수처 관할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또한 수사 관할 법원 역시 문제 됐다. 통상 주요 정치인 관련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공수처는 서울서부지법에 영장을 청구했고, 이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은 “절차적 정당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다만 공수처는 “사건 발생 장소와 관련자들의 소재지 등을 감안해 서부지법 관할이 타당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직접 출석…“계엄 정당성 40분 이상 소명”
심리는 오후 2시부터 차은경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주재로 4시간 50분간 이어졌다. 먼저 공수처 측 검사들이 윤 대통령의 혐의가 충분히 소명된다는 취지로 프레젠테이션(PPT) 등을 활용해 설명했다. 이후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PPT를 통해 면밀히 반박했고, 윤 대통령 스스로도 약 40분에서 45분가량 직접 발언을 이어가며 계엄령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안보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역대 정부에서도 계엄 선포 가능성은 법제적으로 열려 있었으며, 이를 내란 행위로 몰아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심사 마치고 서울구치소 복귀…심야에 나올 ‘역사적 결론’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윤 대통령은 오후 6시 50분경 법원을 나와, 약 8시 무렵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도착했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전례가 없기에, 법원의 결정에 더욱 이목이 쏠리고 있다. 법원은 보통 심사가 끝난 뒤 서면 검토와 내부 논의를 거쳐 당일 늦은 밤 또는 다음날 새벽에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 영장 발부 시: 윤 대통령은 미결수 신분으로 정식 입소 절차를 밟아 수감된다. 구속 상태에서 최대 20일까지 조사가 가능하며, 이 기간 중 공수처가 수사를 마무리하면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
- 영장 기각 시: 즉시 구치소에서 석방되어 한남동 관저로 돌아가며, 불구속 상태에서 사건 절차를 진행한다.
서부지법 앞 대규모 집회…일부 과격 행동까지
한편, 영장심사를 앞둔 이날 서울서부지법 인근에는 윤 대통령 지지자 수만 명이 몰려들어 밤늦도록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 비공식 추산으로 최대 4만 명 이상이 모였으며, “영장 기각”을 외치며 마포대로 주변을 가득 메웠다. 일부 지지자들이 법원 담장을 넘어 들어가려다 현행범으로 체포되는 등 과격 양상을 보이기도 했고, 공수처 검사들이 탄 차량이 훼손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대통령의 정당한 통치행위를 내란 혐의로 몰아가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차량 진출입로 확보와 인명·재산 보호를 위해 대규모 경력을 투입했으며, 교통 혼잡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포대로 일부 구간을 통제했다.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영장’ 갈림길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 헌정사에서 첫 ‘현직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역사적 분수령으로 여겨진다. 영장심사 결과에 따라 윤 대통령이 구속될 경우, 전례 없는 사태가 현실화된다. 반면 기각될 경우엔 곧바로 관저로 복귀해 국가 정상화를 위한 행보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어느 쪽 판단을 내리든 정치·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 권한과 대통령의 통치행위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될지, 계엄이 내란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지 등 헌정사적·법리적 논쟁도 앞으로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영장 발부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게나 19일 새벽쯤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윤 대통령의 운명을 가를 사법부 최종 판단에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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